소외된 이웃을 위해 김포 관내 공동체들이 뭉쳤다. 도움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더욱 견고해진다. 글 • 이청 시민기자
우리 농산물로 우리가 만든 김치 지난 11월 22일 수요일 오전 9시, 김포농협 회센터 2층에 대여섯 명의 사람이 모였다. 김장 나눔 행사 시작에 앞서 미리 김치 속을 만들어 두기 위해서다. 앞치마와 마스크, 머릿수건을 매고서 빨간 고무장갑까지 야무지게 낀 이들은 서로 반가운 인사를 나누기가 무섭게 손을 바삐 움직였다. 절임 배추 500kg에 묻힐 양념을 버무려 놓으려면 숨 돌릴 새가 없었다. 전날 준비해둔 고춧가루며 생강, 양파, 새우젓 등이 김장 매트 위로 쏟아졌다. 다양한 재료가 어우러지자 행사장에 매콤한 냄새가 퍼져나갔다. “간 좀 봐봐. 살짝 짭짤해야 되는데. 어때?” “언니, 백종원이야? 딱 좋아.” 엄지손가락이 치켜 올라간다. 모든 재료가 김포에서 난 것이니 맛이 없을수가 없었다.
우리도 나눌 수 있어요 오전 10시가 되자 참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며 본격적인 김장이 시작되었다. 경기도농수산진흥원이 주최하고 김포토종학교가 주관한 이번 행사는 김포농협, 김포시가족센터, 법무부 부천보호관찰소협의회 김포지구, 김포마하이주민센터, 아시아로컬푸드 복지협동조합이 협력사로 참여했다. 30여 명의 참가자는 능숙하게 또는 서툴게 김치를 만들었다. “요즘은 김치를 사 먹잖아요. 이런 행사 아니면 체험할 기회가 없어서 신청했어요.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과 모여서 얘기도 나누고 김치도 배우고 재미있어요.” 베트남에서 온 결혼이민자 반지영 씨가 능숙한 한국어로 말했다. 짱티응옥이엔 씨와 쯔엉티진 씨 역시 아이가 유치원에 간 사이 손을 보태러 왔다. 캄보디아, 중국,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등 김치가 낯선 나라에서 온10여 명의 이주민 여성들은 시간이 갈수록 점차 능숙하게 김치 속을 채우고 배춧잎을 감싸 말았다.
그물코처럼 엮이며 하나가 되다 이날 만든 80여 통의 김장 김치는 도움이 필요한 소외 계층에게 나누어진다. 그중에는 보호 관찰 중인 청소년도 있다. 보호관찰소협의회의 이해주 씨는 “지금껏 엄마 속만 썩였는데 이걸로 선물을 줄 수 있어서 좋다”는 아이의 고백에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간 마음의 문을 닫고 있던 아이가 김치를 통해 속내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김장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된 우리 고유의 문화다. 한 해 동안 먹을 김치를 만들려면 여러 사람이 모여야 했고 힘을 모으는 과정에서 유대감이 싹텄다. 그렇게 만든 김장 김치는 이웃과 나누어 먹었다. 이날 행사 역시 그랬다. 도움을 받는 존재만으로 여겨졌던 이주민이 나눔에 동참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사회에서 격리되었던 이들이 나눔을 받으며 사회에 다시 녹아들었다. 김장의 마무리는 역시 수육이다. 팔에 뺨에 고춧가루가 묻은 참가자들이 행사장 한편에 모였다. 부드럽게 익은 돼지고기에 빨간 김치 속을 얹어서는 배추로 돌돌 말아 입에 쏙 넣는다. 처음보다 가까워진 서로를 바라보며, 참가자들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올랐다.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김포마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
많이 본 기사
시민이 만드는 김포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