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소. 미용실을 찾아 머리 손질하는 요즘 남성들에겐 다소 낯선 단어다. 그러나 불과 30년 전만 해도 한 동네에 이용원, 이용소, 이용센터, 이발관, 이발소 등 간판은 달리해도 남성만의 전용 머리 손질 공간이 있었다.
비누 냄새 가득한 이발소 안에는 두‧세 개 낡은 가죽의자가 놓여있고, 연탄난로 위에 앉은 양은 주전자가 제 역할을 잘하고 있음을 과시하는 사이 빨랫줄에 걸린 낡고 닳은 수건들은 바짝 말라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했다.
큰 가죽의자에 앉아 받침대를 끼고 앉은 아빠를 따라 이발소 찾은 꼬마 손님은 금속 바리캉 소리에 바짝 긴장한다. 잠시 후 뒷목에 서늘한 감이 느껴질 무렵 바닥을 덮는 머리카락에 긴장은 어느새 풀린다.
이어 사각사각 가위질 소리에 다시 한번 긴장. 그러나 의자를 뒤로 젖히는 이발소 사장님의 서비스 정신에 합류한 비누 거품을 머금은 솔이 턱과 목을 훑고 지난 후 한숨 돌리나 싶었는데 날 선 면도칼이 목덜미 부근을 긁을 때면 꼬마 손님은 아빠에 SOS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옆 의자에 앉아있던 아빠는 아이와 이발사 간에 팽팽한 긴장감을 아는지 모르는지 면도까지 마친 루 무거워진 눈꺼풀을 견디지 못한 나머지 꼬박꼬박 졸고 있다.
그때 남성들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도는 얘기가 있었는데, 바로 “한 달이 즐거우려면 이발하고, 하루가 즐거우려면 면도하라”였다. 즉 몸을 깨끗이 하고 단정하게 하면 삶이 즐거워진다는 말이라 해석되는데, 바쁘고 고단했던 남성들의 삶을 이발을 통해 해소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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