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그린 추억의 기록... 그림책 작가된 ‘함께하는 맘’
‘함께하는 맘’은 지역의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하는 공동체다. 결혼과 육아, 이주 등으로 경력이 끊겨 사회활동에 주저하던 여성들이 그림책을 내며 작가가 됐다. 이들의 성과를 공유하는 북 콘서트를 <김포마루>가 함께했다.
글 편집실(K)
경력단절여성 18명이 선보인 그림책 최근 김포시 통진읍 동을산리 가을 들녘 한가운데 한 여성이 포근한 미소를 띤 채 섰다. 애니메이션 주인공을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로 여성이 말문을 열자 모두가 집중했다. 그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동화구연 하나를 들려줬다.
“넌 누구니? / 나는 아주 느려 / 그리고 순하지 / 가끔 일이 꼬이면 화가 나기도 해 / 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고 / 말하기를 즐기는 / 나는 말이야 / 하하하 하림이야.”
구절마다 음색을 달리하며 온몸으로 낭독을 마치자 환호가 쏟아졌다. 이날 행사는 김포 관내 마을공동체 ‘함께하는 맘’이 마련한 ‘김포 여성들의 BOOK 콘서트’이자 정하림 작가가 지난 1년간 공들인 그림책 <ㅂㄱㅂㄱ으로 이어지는 나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는 순간이었다. 경력단절여성이던 그가 아들과 함께 직접 쓰고, 그리고 색을 입혀 완성한 예쁜 추억의 기록은 여느 기성 작품의 성취감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정하림 작가는 초등학교 4학년과 2학년 자녀를 둔 엄마다. 지난해 무릎을 심하게 다친 후 거동조차 힘들 때 이 같은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고 참여했다. 함께하는 맘 공동체는 지역의 경력단절 여성들에게 자기계발 기회를 제공, 심리적·경제적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시작은 지난 2019년 김포시 사회적경제마을센터 수강생이었던 5명의 엄마였다. 공동체 활동의 필요성을 느낀 이들은 함께하는 맘을 결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북 콘서트는 함께하는 맘 공동체 활동 2년간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함께하는 맘은 올해 ‘그림책아트코칭’ 과정을 10주간 진행했다. 결혼과 육아, 신도시 이주 등으로 경력이 뚝 끊겨 사회활동에 주저하던 여성들이 고민을 소통하며 서로의 역량과 재능을 일깨워줬다. 그렇게 18명의 그림책 작가가 탄생했다.
“김포에서 함께 달려나가는 공동체 될 것” 정하림 작가를 비롯해 문지연 <꿈>, 허순영 <점으로 놀자>, 김순영 <나의 꿈이 되었어요!>, 채금옥 <자라나고 있어요>, 허유리 <문어 엄마>, 김소현 <마음의 섬>, 빈소희 <영우야>, 허신영 <김포 고촌 이야기1>, 변은정 <나의 성장기>, 조주연 <동생별을 찾아서>, 황지영 <똥꼬 아저씨의 하루>, 조아름 <어여쁜 꽃을 피울 너에게>, 황연숙 <혼자가 아니야>, 고은혜 <예쁜리본>, 이모은 <김포>, 이영주 <달퐁이의 스케이트보드> 작가는 세상 하나뿐인 이야기를 아기자기하게 녹여냈다. 엄마이자 여성들이 김포에서 더 많은 목소리를 냈으면 하는 바람도 이번 행사에 포개어 있었다. ‘김포’를 주제로 무대에 오른 이영주 작가는 “출생·나이·가치관이 다 달라도 우리는 지금 김포에 살고 있고, 그들이 있기에 김포가 발전하고 꿈꾸는 도시가 될 수 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고 창작 경위를 설명했다. 또 허유리 작가는 “지난해 만우절에 거짓말처럼 암 선고를 받고 1년째 투병 중이다. ‘문어 엄마’는 그동안 나의 투병으로 가족들이 받았을 상처를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해 만든 책”이라고 했다. 허 작가는 평온한 어조로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에서의 신체적 변화, 이에 따른 아이의 천진한 위로, 가족을 향한 고마움을 고백해 객석을 숙연하게 했다. 김희경 함께하는 맘 대표는 “함께하는 맘은 마을공동체이고, 엄마이고, 마음이고, 공간이고, 자라나고 있다”며 “북 콘서트가 끝이 아니라 2022년도를 달려가는 공동체가 될 거라고 믿는다”며 지역사회의 응원을 당부했다.
이 기사 좋아요
<저작권자 ⓒ 김포마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
많이 본 기사
일상을 바꾸다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