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민화를 그리거나 가르치고 있는 민화 작가 이혜원입니다. 내담이라는 호는 남편이 지어주었는데 안 내(內)자와 맑을 담(淡)자를 써서 마음이 여리고 맑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Q. 민화와의 첫 만남은 언제인가요? 지난 2018년에 한국문화센터 김포지부에서 민화를 처음 접했어요. 오랜 시간 디자인 업계에서 일해왔던 저는 원래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어요. 2018년에는 디자인을 그만 두고 한국문화센터에서 캘리그라피를 가르치는 강사로 활동하고 있었죠. 그러던 중 문화센터 수업에 민화를 넣어보자는 의견이 나와서 민화를 만나게 됐습니다. 그 후로 푹 빠져서 밥 먹는 시간 외에는 민화만 그렸던 것 같습니다.
Q. 민화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저는 색감이 강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어요. 은은한 파스텔톤을 좋아했는데, 이 전통 민화가 제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민화는 칠하면 칠할수록 색이 연하고 은은해지지만 더 깊이가 생기는 그림입니다. 수채화나 서양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매력이 제게 다가왔죠. 하루에 8시간 이상 민화를 그려왔고, 지금도 그리고 있습니다.
Q. 현재 주로 어떤 활동들을 하고 계신가요? 한국문화센터 김포지부의 민화 작가들이 모여 김포민화회가 만들어졌는데요. 현재 지도 선생님으로서 김포민화회를 이끌면서 작가 분들의 활동을 돕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작업했던 ‘정조대왕 능행차반차도’도 그러한 작업의 일환이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또 전통한지공예가협회 회장님과의 인연으로 한지와 민화를 접목하는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습니다. 한지로 액자를 만든 것도 그러한 작업의 결과물입니다.
Q. 2021년부터 무드등과 텀블러, 컵받침 등 현대적인 감각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왔는데요. 이러한 도전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희 민화 작가분들이 경제적 어려움 없이 작품활동을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에디션을 만들고 있어요. 민화는 기본적으로 크기가 크고 가격이 비싼 편이라 대중들의 접근성이 다소 높은 편입니다. 따라서 저희 작품을 카피해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작은 소품으로 제작하고 있어요. 과거 디자이너로서 컴퓨터를 이용한 작업도 오랜 시간 해왔기에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기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컴퓨터로 보정할 수 있어 실제 작품보다 더 예뻐보이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이런 민화를 활용한 소품들을 ‘에디션’이라고 부르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보고 있습니다.
Q. 작품을 구상하는 데 있어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인가요? 전통 민화는 새로움을 추구하지 않아요. 예부터 전해내려오는 본이 있어서 정직하게 그것을 따라 그리며 전통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그림을 그려도 사람마다 색감이나 깊이가 다를 수 있죠. 반면 다양한 사람들이 민화를 배우면서 창작 민화가 새롭게 생겼습니다. 전통의 민화를 지키면서 현대의 어떤 새로운 요소를 접목하는 것이죠. 저는 철저하게 전통적인 요소를 기반으로 새로운 그림을 선보이고 있어요.
Q. 지난해 13명의 민화 작가들이 모여 23미터에 이르는 ‘정조대왕 능행차반차도’를 재현하는 데 큰 역할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작업을 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전통한지공예가협회에 민화 작가로 등록이 되어 있는데요. 종로구에서 한지문화재를 개최하는데 무언가를 기획해야 해서 회장님의 논의를 통해 준비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정조대왕 능행차를 재현하게 됐는데, 각자 그릴 부분을 분배하고 서로 크기와 색감이 맞을수 있도록 관리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재미있는 건 그림 속 작은 사람들 한 명 한 명에 각자의 표정이 있다는 것입니다.
Q. 저희 이번호 주제가 ‘시작’입니다. 2024년 작가님께서는 무언가 새롭게 시작하고 있는 것이 있을까요? <월간민화>라는 잡지가 있어요. 민화를 다루는 유일한 잡지인데, 거기서 1년에 한 번 세화전을 합니다. 세화란 연초에 연하장을 보내듯이 왕이 대신들에게 그림을 나눠주던 풍습을 말하는데요. 그 세화전 에 전시를 하고 있는 작품이 있습니다. 저희 민화회 회원들이 나눠그린 세화를 모두 모으면 커다란 청룡이 되는 그림인데요. 이 그림이 국회에 전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심사를 잘 통과해 국회에 전 시가 된다면 큰 영광이 될 것 같습니다.
Q. 앞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제가 아트홀에서 2번의 전시를 했었는데요. 생각보다 사람들이 민화를 많이 모르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약간의 책임감도 느끼고 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홍보를 해서 우리의 아름다운 민화를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이 기사 좋아요 1
<저작권자 ⓒ 김포마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
많이 본 기사
일상을 바꾸다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