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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쑥쑥 자랐구나’라고 깨닫는 순간들이 있다. 어느새 작아진 옷을 정리할 때, 맞잡은 손에 빈 공간이 줄었을 때, 그리고 아이를 안고 계단을 오를 때다. 사계절 썰매장은 주차장에서 썰매장 초입까지 가파른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서너 겹 껴입은 옷이 불편했던 아이는 철퍼덕 엎어져 네 발로 계단을 기어가려 했다. 엄마는 말없이 아이 겨드랑이를 잡고 번쩍 들어올렸다. “힘내라! 힘내라!” 아이의 응원이 하얀 설경 위로 부서졌다. 기상청에서 강추위를 주의하라기에 입힐 수 있는 대로 입힌 날, 걱정보다 볕은 따스했고 꽉 찬 세 돌의무게는 인상적이었다. 지난달 19일(월) 김포 사계절 썰매장의 겨울 시즌이 시작됐다. 우리는 개장일에 맞춰 방문하기로 했다. 어른용 슬로프와 아이용 슬로프가 따로 있다니 겁 많은 우리 모녀도 즐길 수 있으리라. “엄마,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지?” 눈썰매를 타러 올라가는데 아이가 속삭였다. 찬 공기에 빨개진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다. 좋지 않은 신호였다. 안 돼. 너의 첫 썰매장 나들이를 위해 새 스키바지, 방한화, 패딩장갑도 장만했단 말이다. 어린이집까지 빠지고 왔는데 이대로 돌아갈 순 없었다. “괜찮아. 엄마랑 같이 타잖아. 손 꼭 잡아줄게.” 이렇게 저렇게 타일러도 아이를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아이의 발걸음은 점점 느려지더니 결국 우뚝 멈춰버렸다. 하는 수 없지. 엄마는 아까 매점에서 산 별사탕 하나를 아이의 입에 쏙 넣었다. “이게 뭐야?” “응. 이건… 용기야. 용기.” “용기가 왜 이렇게 맛있어?” 아이의 눈이 다시 초롱초롱해졌다. 이 틈에 얼른 썰매에 올랐다. 꼭대기까지 자동으로 올라온 동그란 튜브 썰매를 타고 우리는 슝 미끄러져 내렸다. 눈을 지칠 때마다 작은 얼음 알갱이가 타다닥 튀었다. 제법 매서운 속도다. “용기가 더 필요해.” 방금 다섯 개를 먹었는데 또 달란다. 아무래도 별사탕 아니 용기의 힘이 떨어진 모양이다. 서너 번을 탔으니 그만 탈 때도 됐다. 아이의 손을 잡고 매점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유자차를 한 모금 먹이자 아이의 표정이 부드럽게 풀어졌다. “오늘 썰매 어땠어? 재밌었어?” “맛있었어요.” 그만큼 좋았다는 뜻이라고 엄마 마음대로 해석해 본다. 평일 오후였지만 여러 가족, 연인들이 썰매장을 찾았다. 눈오리를 만드는 아이들과 이제 제발 그만 타자며 아이를 설득하는 부모와 쑥스러운 얼굴로 손을 잡은 연인들까지. 절로 미소 짓게 만드는 풍경이다. 그 때 전화벨이 울렸다. “여보. 썰매장 입구까지 차가 올 라올 수 있었어.” 아. 그랬구나. 입맛이 참 쓰네. 남은 별사탕은 엄마가 다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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