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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여행을 동시에 호국보훈의 달, 김포 여행

김포마루 | 기사입력 2024/05/31 [15:14]

역사와 여행을 동시에 호국보훈의 달, 김포 여행

김포마루 | 입력 : 2024/05/31 [15:14]

애기봉평화생태공원

 

초여름에 접어든 이맘때 자연은 연둣빛 신록에서 짙푸른 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그러나 우리가 겪었던 역사의 6월은 선혈이 선명한, 잊혀서는 안 될 날들이 유난히 많다. 의병의 날부터 현충일, 6·25전쟁, 1·2차 연평해전까지. 나라를 지키기 위해 앞서간 호국선열을 기리는 호국보훈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김포를 대표하는 호국보훈 여행지를 소개한다.

 

154고지에서 애기봉평화생태공원으로

애기봉(愛妓峰)은 수도권에서 북한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북녘땅을 조망하는 곳이다. 높이 154m에 지나지 않는 나지막한 봉우리인 이곳의 원래 이름은 쑥갓머리산이었다. 낮은 고지였지만 군사요충지였던 터라 6·25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다. 154고지를 사수하기 위해 스러져 간 해병대 용사들의 넋을 기리는 해병대 전적비가 고지를 향해 우뚝하다. 그러니 한탄스러운 한숨과 눈물은 그 높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높다.

이곳을 애기봉이라 부르는 이유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병자호란 때 오랑캐에게 끌려간 평안감사를 그리다 죽었다는 ‘애기’의 설화를 전해 들은 이후다. 박 전 대통령은 ‘애기의 한이 강 하나를 두고 오가지 못하는 이산가족의 한과 일치한다’라며 친필 휘호를 남겼다. 

 

▲ 1989년 건립된 해병대전적비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은 1978년에 설치되어 노후화된 기존의 애기봉 전망대를 철거한 뒤 2023년 평화생태전시관과 조강전망대 등을 지으면서 조성됐다. 건축은 승효상 건축가가 맡았다. 그는 아시아인 최초로 오스트리아 정부로부터 ‘학술예술 1급 십자훈장’을 받은 건축 거장이다.

 

 

▲ 녹음 사이를 가로지르는 출렁다리

 

전시관은 평화와 생태의 장으로 나뉜다. 평화의 공간은 전면 통창을 통해 조강 일대를 조망하고, 생태의 공간은 전쟁의 상흔을 딛고 아름다움을 되찾은 조강의 생태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관람한다. 전시관에서 주제 정원을 지나면 생태탐방로와 연결된 출렁다리(길이 112m)가 나온다. 길이는 짧지만 출렁거림과 동시에 바닥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어 자연스럽게 난간을 잡고 걸어야 한다. 이후 생태탐방로는 갈지(之)자 형태로 길을 놓아 1.5㎞까지 연장했다. 완만한 경사에 탁 트인 풍경을 감상하며 걷노라 면 기분마저 상쾌하다.

 

▲ 평화의 종 뒤로 조강전망대가 자리한다

 

생태탐방로에서 내려서면 ‘평화의 종’이 우뚝하다. 이 종은 DMZ의 녹슨 철조망, 6·25 전사자 유해를 발굴한 현장의 탄피, 애기봉 성탄 점등탑 등을 녹여 UN 문자를 형상화해 만들었다. 그 옆에 애기봉비 와 망배단 그리고 조강전망대가 자리한다. 조강은 두 물, 즉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서해로 흘러드는 강이다. 이에 조강을 바다처럼 거대한 ‘큰 강’, ‘할아버지 강’이라고 부른다. 조강전망대에 서면 유유히 흐르는 조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 개풍군이 목전이다. 거리가 1.4km에 불과하다. 망원경으로 보면 개풍군 선전마을과 산 능선까지 또렷하게 보인다. 이렇게 가까운데 여태 만나지 못한 게 한스럽다.

곧 닥쳐올 무더위를 피하고 싶다면 야간 개장도 이용해볼 만하다. 또한 생태공원 야외에서 15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계절의 참견>전이 7월 31일까지 진행 중이다.

 

운봉함, 특별히 기억할 것을 일깨우다

대명항은 김포시의 유일한 어항으로 싱싱한 활어를 비롯해 건어물, 젓갈류 등을 구매하려는 손님들로 사계절 분주하다. 항구 옆에 조성된 공원은 수도권 최초의 안보 체험장인 김포함상공원이다. 바다와 맞닿은 이 공원에 특별한 함정이 있다. 1944년부터 2006년까지 62년간 바다를 누비다 퇴역한 운봉함이다. 운봉함은 길이 99.6m, 높이 23m, 중량 4천80t에 달하는 상륙함으로 제2차세계대전과 월남전에 참전했으며, 월남전 이후부터 퇴역 전까지는 교육훈련과 수송·봉사활동을 이어갔다.

운봉함 내부에는 운봉함과 세계 전쟁사에 길이 남을 상륙작전을 함께 소개한다. 연이어 상영되는 영상에는 오케이상륙작전에 참전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전쟁의 참혹상을 전한다. 2010년 3월 26일 발생한 천안함피격사건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순직한 우리 해군 장병 46명의 모습과 오열하는 유가족들의 사진을 마주하자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운봉함에서는 해병대와 해군처럼 병영 체험을 할 수 있다. 40kg에 달하는 군장, 수신호, 서치라이트, 레펠 오르기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병사들의 함상 생활과 함장실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공원 광장에는 수륙양용차와 해상 초계기가 전시 중이다.

 

▲ 안보체험장으로 사용되는 운봉함

 

거친 물살 이기며 충성을 다하다

김포함상공원에서 철책을 따라 30분 정도 걸으면 덕포진이다. 덕포진 앞의 잿빛 물길은 강화해협이다. 20km에 이르는 이 해협은 강처럼 폭이 좁고 길다고 해 ‘염하’라 불린다. 지금은 평화롭고 걷기 좋은 길이지만 과거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평시에는 세곡선이 이곳을 통해 한강으로 진입했고, 전시에는 한양으로 진격하려는 외적을 막는 마지막 보루였다.

덕포진에는 소규모 군사기지인 관측용 돈대를 비롯해 포대, 파수청 등이 있었다. 포대는 모두 세 곳으로 덕포진전시관에서부터 가, 나, 다 순으로 이어진다. 포대가 향한 곳은 강화 초지진과 덕진진의 남창 포대 방향이다. 모름지기 양쪽 포대에서 강화해협을 오가던 이양선을 향해 집중적으로 포를 쏘았으리라. 그 대표적인 전투가 프랑스 함대와 격전을 벌인 병인양요(1866)와 미국 함대와 치열한 포격전을 벌인 신미양요(1871)다. 안타까운 것은 조선의 화력이었다. 조선의 포탄은 폭발하지 않는 쇳덩어리에 불과했고, 사정거리는 300m에 지나지 않았다. 눈앞에 적을 두고도 어쩔 수 없었던 당시 군인들의 마음을 생각하니 씁쓸하다. 그 애끓는 통한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둔덕을 따라 조성된 길에 녹음이 짙어간다. 

 

▲ 강화해협을 마주한 김포덕포진의 포대

 

길 끝자락에는 돈대터가 남아 있다. 철조망 뒤로 강화도가 또렷이 보일 만큼 가깝다. 그 사이를 ‘손돌목’이라 한다. ‘목’이라 명명한 것으로 보아 해협의 폭이 급격하게 잘록해지는 지점임을 알 수 있다. 실제로 1km가 넘던 강화해협의 폭이 이곳에 이르면 500~600m로 좁아진다.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을 치른 울돌목과 흡사하다. 전설에 따르면 손돌은 몽골의 침입으로 고려 고종이 강화도로 피난할 때 뱃길을 잡은 뱃사공이었다. 그런데 험한 물길에 불안해진 왕이 손돌을 죽이려 하자 유언처럼 ‘바다에 바가지를 띄워 그것을 따라가면 안전할 것’이라 했다. 강화도에 무사히 도착한 왕은 손돌의 충성심을 알아보지 못한 자신의 경솔함을 크게 뉘우치고 손돌묘와 사당을 지어 그의 넋을 달랬다고 한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손돌목에는 왕을 지키려는 듯한 도도한 물살이 지금도 흐르고 있다.

 


 

 

Plus+ 김포 역사소식

‘전국 최대 문화 관광지’로 떠오르는 김포, 신석기시대 주거유적 발굴

김포시 대곶면 신안리에서 신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주요 유물과 주거유적이 확인되어 김포가 전국 최대 유적지로 올라설 전망이다. 총 4차 발굴조사까지 진행된 신안리 유적조사에서 총 42기의 신석기시대 주요 유물과 수혈주거지가 발굴됐다.

지난 1~3차 발굴조사에서도 총 35기의 신석기시대 수혈주거지와 빗살무늬토기, 갈돌과 갈판 등 신석기시대를 대표하는 주요 유물들이 대거 확인돼 고고학적 가치를 인정받은 바 있다. 특히 4차 발굴조사에서 발견된 신석기시대 수혈주거지 8기는 과학적 연대측정 결과 신석기 전기 ~ 중기 (B.C 3,700~3,400)시기의 유적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5월 2일에는 신안리 유적 현장설명회를 통해 직접 발굴조사를 담당한 조사원의 설명으로 유구와 유물을 좀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유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시는 현재 미조사 지역이 존재하는 만큼 추가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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