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의 나무 발을 물에 넣었다가 빼자, 그 위에 몽글몽글한 닥솜이 살포시 앉았다. 시민들이 설렘 섞인 손길로 닥솜을 누르고, 물을 빼고, 몇 분간 말린 뒤 나무 망치로 두드리니 어느새 새하얀 한지가 마법처럼 탄생했다. 한지이야기 김지수 대표와 시민들의 얼굴에 즐거움이 한가득 떠올랐음은 물론이다.
한지와 닥나무의 새로운 메카 사람들은 한지 체험 하면 전주나 원주를 떠올렸다. 한지이야기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김포 양촌읍에 터를 잡은 한지이야기는 국내 최대 한지 체험장이자 카페형 닥나무 식품 및 농장 체험관으로, 그 중심에는 김지수 대표가 있다. 1990년부터 한지를 소재로 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해 2005년 프랑스 파리 한지 문화재 10대 작가로 선정된 김지수 대표는 한지의 우수성과 매력을 더욱 널리 알리겠다는 신념으로 1998년부터 한지공예 교육에도 발을 내딛었다. 그가 개발한 한지 공예 체험 키트만 무려 5천여 가지가 넘을 정도. 이러한 공로를 인정 받아 2020년 문화예술스포츠 부문 신지식인 인증을 받기도 한 그는 2013년 우연히 한지를 만드는 재료인 닥나무가 오래 전부터 다양한 효능을 가진 한약재로 쓰여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때부터 김지수 대표의 한지 사랑이 닥나무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뻗어 나갔다. “저 또한 닥나무가 식품으로서, 우리 몸에 도움을 주는 유효 성분의 원천으로서 가치가 높은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 뒤로 닥나무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한지와 닥나무를 하나로 엮은 체험형 카페를 기획했고, 김포공항 및 서울과 가까워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물론 외국인들도 부담 없이 찾아와 한지 뜨기, 한지 공예 체험, 닥나무 체험 등을 한자리에서 누릴 수 있는 체험관 한지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2019년의 일이었죠.”
K-콘텐츠 체험과 편안한 힐링의 조화 약 11,570㎡(3,500평)의 부지 위에 들어선 한지이야기는 모든 공간이 알차게 꾸며져 있다. 김지수 대표가 직접 만든 한지 인형이 전시돼 있는 정문으로 들어서면 닥나무 허브차, 닥나무 라떼, 닥나무 스무디 등 닥나무 잎으로 만든 차를 마실 수 있는 카페가 한눈에 들어온다. 카페 주변으로는 한지 공예 체험장, 한지 작품 전시장, 한지 기념품 매장 등이 꼼꼼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정문 반대편의 문을 나서면 닥나무 3천여 그루가 싱그러운 자태를 뽐내는 닥나무 농장, 한지 뜨기 체험장 등으로 연결된다. 몸과 마음의 치유와 힐링, 신나고도 색다른 K-콘텐츠 체험을 모두 즐길 수 있다 보니 나들이 삼아 한지이야기를 찾는 방문객이 연간 5만여 명에 달한다. 또한 김포시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연계로 한지이야기를 찾는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포문화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2024 ‘소곳소곳 김포’ 스탬프 투어의 복합문화공간으로도 소개된 바 있으며, 현재 김포시농업기술센터의 체험프로그램으로도 선정되었다. “처음에는 김포시에서도 닥나무를 낯설어 했지만, 한지이야기를 제주의 오설록 뮤지엄과 같이 만들어 보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실제로 하나씩 구상한 것들을 실현하자 다방면으로 도움을 주셨습니다. 김포시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현재의 한지 뜨기 체험장을 마련할 수 있었고, 작년 3월 닥나무 농산물 친환경 인증을 받을 때도 도움을 받았죠. 김포시농업기술센터에서 농촌관광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운영 중인 김포 빰빰투어의 체험 농가로도 선정되어 많은 김포시민들에게 한지와 닥나무의 높은 가치를 알릴 수 있는 기회도 여러 차례 얻었는데요. 오늘 열린 빰빰 팜파티도 이러한 활동의 일환이랍니다.”
시민들의 ‘엄지 척’ 받은 빰빰 팜파티 지난 6월 5일 한지이야기에서 열린 빰빰 팜파티에는 체험객 52명과 가족 등 총 100여 명의 김포시민이 참가했다. 오후 4시가 되자 먼저 김포 버스커 미지니가 시민들 앞에 서서 모두가 함께하는 버스킹 공연을 선보였다. ‘Love Lee’, ‘Magnetic’ 등 최신 인기 곡이 청아한 목소리와 기타 선율을 타고 사방에 퍼지자, 아이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 노래에 맞춰 춤추며 남다른 끼를 선보였다. 30여 분간의 버스킹 공연이 끝난 뒤 체험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이날 체험객들은 2개 조로 나뉘어 한지이야기가 자랑하는 한지 뜨기 체험을 진행했는데, 닥솜과 닥풀이 풀어진 희뿌연 물에 나무 발을 넣었다가 빼자 신기하게도 발 위에 닥솜이 한지 모양으로 고르게 펴진 채 건져졌다. “이렇게 나무 발 위에 닥솜을 건져서 종이를 만들기 때문에 한지를 ‘뜬다’고 표현하는 거예요.” 강사의 친절한 설명에 시민들이 감탄사를 터트리며 즐거운 표정과 신중한 몸짓으로 한지를 뜨고, 물기를 빼고, 나무 방망이로 두들겨 표면을 고르게 만드는 도침 작업을 차례로 거쳤다. 영상으로만 접했던 한지 만드는 과정을 직접 해냈다는 뿌듯함과 한지에 대한 애정이 시민들의 마음에 가득 들어찼다. 한지 뜨기 후 시민들은 밀납초 만들기, 삼색 국화 미니 정원 만들기, 공중 리스 만들기, 느타리버섯 재배 키트 만들기 등 4개 중 하나를 골라 선택 체험을 진행했다. 김포 빰빰투어 체험 농가에서 직접 기른 농산물과 가공품을 구매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자니, 한 시민이 “김포시에서 체험비 2만 원을 지원해 준 덕분에 1만 원만 내고도 내실 있는 경험을 다양하게 할 수 있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빰빰 팜파티의 대성공이 참가 시민들에 의해 증명된 값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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