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성우가 된 지 어느덧 30여 년. 당시 흔치 않은 직업이었을 텐데요. 성우라는 직업을 선택하신 이유가 기억이 나실까요? “원래 배우가 되고 싶었습니다. 성우 공채 시험을 경험 삼아 도전했다가 뜻하지 않게 합격을 해서 성우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성우가 되고 보니 배우와 마찬가지로 기본이 되는 건 연기였습니다. 기존에 연극을 해왔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무엇보다 목소리가 중요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이가 들면 목소리에도 변화가 오기 마련인데요. 사람들에게 어떤 목소리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흔히들 성우는 목소리가 좋아야 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제 목소리가 좋다고 생각한 적도 한 번도 없거든요. 저는 특정 캐릭터로 기억되기보다는 언제 들어도 새로운 목소리 같았으면 좋겠어요. 여러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목소리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Q. 성우이자 배우로서 많은 젊은이들에게 영감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청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까요? “제가 살아왔던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너 되게 힘들었구나’, ‘어렸을 때 불행했구나’ 하는 말들을 들어요. 하지만 저는 유복하지 않았어도 한 번도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불행한 것’이 아니라 단지 ‘불편한 것’이었죠. 제 좌우명이 마부작침이에요. 도끼를 갈아서 바늘을 만든다는 말인데, 내가 이루고 싶은 꿈과 희망이 있다면 환경이 어려워도 그저 불편할 뿐이에요. 하지만 중간에 포기하고 희망을 갖지 않으면 불행해질 거예요. 끝까지 밀고 나가세요.”
Q. 아내인 정미연 성우와는 만화영화 <시간탐험대>에 함께 출연한 것이 인연이 되어 결혼에 골인하게 되었는데요. 만화 속 ‘돈데크만’을 만나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느 때로 가보고 싶으신가요? “전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항상 어제보다 오늘이 더 행복해요. 그리고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김포시는 반려동물 친화도시입니다. 2001년부터 ‘TV동물농장’의 목소리가 되어 주셨는데요. 지난 20여 년간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동물농장의 성우로서 반려동물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가장 큰 변화는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생긴 거죠. 과거에는 ‘애완동물’이라고 했어요. 심지어 고양이는 구멍가게에서 쥐 잡으려고 키웠던 동물이에요. 애완동물에서 반려동물로 인식이 바뀐 것이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하고요. 거기에 TV동물농장이 많은 역할을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Q. 개인적으로도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스케줄이 많아 바쁠실 텐데도 반려동물을 기르겠다고 마음을 먹은 계기가 있었을까요? “사람이 한가해서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잖아요. 제가 행복하기 위해서 하는 거죠. 근데 그 행복이라는 건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기 때문에 내가 행복한 게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모습을 보고 부모가 행복한 것처럼, 반려동물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행복해지는 거죠. ”
Q. 많은 반려인들이 반려동물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갖곤 합니다. 성우님도 바쁜 일상을 보내고 계실텐데요. 반려동물을 케어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 있을까요? “저희 ‘아라’와 ‘마루’에게 늘 미안합니다. 더 많이 뛰어놀게 해주지 못한 거, 더 맛있고 좋은 걸 먹이지 못한 것들이 항상 미안해요. 뭔가를 해주면 해줄수록 더 미안합니다.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과도 비슷한 것 같은데, 자녀들은 커서 자립할 수 있지만 얘네들은 자립도 못해요. 새끼를 낳는 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하니 항상 미안합니다. 그래서 펫샵 같은 데 있는 아이들을 사지 말자고 하는데, 이미 태어난 아이들은 또 어떡합니까? 그래서 동물들을 보면 항상 미안합니다.”
Q. 김포시 홍보대사이자 6월 말 개소하는 김포시 반려동물 공공진료센터의 명예소장으로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있으실까요? “저는 목동에 살고 있는데 김포시에서 홍보대사 제의가 왔을 때, 앞으로 반려동물에 대한 복지정책을 펼치겠다고 해서 동의했던 거예요. 김포시에서 진행한 반려동물 토크콘서트도 돈을 보고 한 일이 아니에요. 전부 반려동물을 위해서였죠. 앞으로도 반려동물들을 위해서라면 더 많은 활동에 참여할 의사가 있으니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건의해주세요. ”
Q. 김포마루 독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이나 부탁의 말이 있다면?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분들에게 반려인들을 너무 색안경 끼고 보지 말아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에는 다름이라는 게 있거든요. 누군가는 차나 옷을 좋아하고, 누구는 카레나 청국장을 좋아하는 것처럼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거예요. 반려동물이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저희가 노력할 테니 그저 조금 다른 사람들이구나 하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반려동물공공진료센터 주소 경기도 김포시 김포한강1로 242(운양동) 개소일 2024. 6. 24.(월) ※ 진료개시 2024. 6. 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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