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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삶을 잇는 생활문화 플랫폼 밀다리마을박물관

김포마루 | 기사입력 2025/10/30 [14:04]

기억과 삶을 잇는 생활문화 플랫폼 밀다리마을박물관

김포마루 | 입력 : 2025/10/30 [14:04]

 

황금빛 들녘이 펼쳐진 김포시 월곶면 개곡리, 그 한편에 밀다리마을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김포시와 김포시문화재단이 함께 추진한 ‘경기만 에코뮤지엄’ 사업의 일환으로, 옛 개곡복지관을 리모델링해 2023년 문을 열었다. 지역의 생활문화를 기록하고, 주민과 함께 300년 전 ‘자광미’를 되살려낸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마을의 역사와 시민이 만나 결실을 맺는 열린 플랫폼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밀다리마을박물관을 소개한다.

글·사진. 임운석

 

 

 

개곡리의 또 다른 이름 밀다리

그리고 밀다리쌀

한강과 임진강, 두 강이 만나 한 몸이 된 조강은 서해로 흘러드는 과정에서 수많은 퇴적물을 차곡차곡 쌓는다. 이 퇴적물은 식물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이 풍부한 데다, 토양이 부드러워 배수가 잘되고, 공기와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도와준다. 이런 비옥한 땅 덕분에 김포 지역은 한반도 초기부터 벼농사가 시작된 지역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그중에서도 개곡리는 가뭄이 들지 않아 논농사에 적합한 땅으로 꼽혔다. 마을 주민들은 이곳을 ‘밀려 올라간다리’라는 의미를 담아 ‘밀다리’라 부르기도 했다. 조강의 밀물이 갯골을 따라 밀려 올라와 개곡천에 놓인 나무로 만든 다리를 함께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곳에서 재배된 쌀도 자연스레 ‘밀다리쌀’로 불리게 됐다.

밀다리쌀을 키가 120cm 정도 되고, 이삭에 수염이 있어 일반 벼와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또 쌀알이 일반 벼보다 작고 가는 데 비해 볏짚이 커서 짚신이나 멍석, 포대를 만드는 데 유용해 귀하게 여겨졌다.

밀다리쌀은 자광미(紫光米)로 불리기도 한다. 자광미는 문헌에 기록된, 가장 오래된 벼 품종으로 김포에서 처음 재배한 것으로 전해진다. 붉은빛을 띠는 이 쌀로 지은 밥은 윤기가 나고 찰기가 뛰어나며, 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나 예로부터 임금님께 올리는 진상미로도 유명했다. 현재 밀다리마을박물관에서는 시민이 직접 모내기를 시작으로 논 생물 관찰, 피사리 활동, 허수아비 만들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밀다리쌀을 재배해 보는 ‘싹트는 밀다리 랩(Lab), 밀다리쌀을 키워라’ 프로젝트가 한창 진행 중이다. 

 

 

시민 소통 공간으로 변신

지역 맞춤형 문화서비스를 제공하다

1994년, 개곡리복지회관으로 처음 문을 열 당시 이곳은 방과 거실로 구성된 주택의 확장판이었다. 그런데 밀다리마을박물관으로 그 용도를 바꾸면서 문들을 모두 제거해 하나로 연결된, 그러나 기존 벽을 활용해 닫힘과 열림의 공간적 재미를 더했다.

현재 1층 방들은 전시 공간으로, 주방은 공동체의 소통 공간으로, 가운데 거실은 여러 역할을 아우르는 공간, 외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내부에 발을 들이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밀다리쌀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는 전시물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큰 창문 너머에 있는 액자 속 모습이다. 밀다리쌀은 크기가 유난히 커 바람이 불면 쉽게 넘어지는 단점이 있는데, 그 액자를 보면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뒤엉켜 논바닥에 누워있는 밀다리쌀의 모습이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 남쪽에 자리한 방(밀다리 사진가의 방)에는 탈곡한 뒤 논바닥에 가지런히 누운 밀다리벼를 찍은 흑백사진이 한쪽 벽면을 다 차지할 만큼 큼지막하게 걸렸고, 그 옆에는 지난해 6월 8일부터 11월 2일까지 들녘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또 옆 공간은 마을 주민들이 이야기를 나누며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북쪽 방을 찾으면 ‘싹트는 밀다리 랩(Lab), 밀다리쌀을 키워라’ 프로젝트의 전 과정과 참가자들이 그림, 사진, 글로 표현한 재미있는 후기를 엿볼 수 있다. 키질이 재밌었다는 이야기, 여치를 6마리나 잡고 관찰했다는 이야기, 잠자리채를 만든 이야기, 나방과 나비의 다른 점을 눈으로 보고 확인했다는 이야기, 논에서 만난 생물 이야기 등 밀다리쌀 모내기를 시작으로 수확과 도정 과정을 거치며 쓴 6개월 여간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절로 미소가 지어질 지 모른다.

박물관 2층은 배움과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된 뒤, 그 결과물을 기획전시로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나의 마무리 그림-자화:생각이 자라나는 학교>, <‘나이 듦’ 에 관한 선·후배의 고백> 등의 작품이 전시를 마쳤고, 현재는 <흘린 그림>, <존엄을 위한 사물-병상 위 속옷>을 주제로 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옥상에서는 마을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황금빛으로 물드는 들녘을 바라보며 사라져가는 마을의 기억을 되살리고,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살아있는 박물관’이 아닐까 싶다. ‘밀다리’라는 이름은 이제 옛 다리를 넘어, 세대와 세대를 잇는 새로운 다리가 된 듯하다.

 

 

사라져가는 마을의 기억을

되살리고,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살아있는 박물관’이

아닐까 싶다

 

밀다리마을박물관

주소 월곶면 애기봉로456번길 11

문의 031-999-3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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