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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와 사랑에 빠진 지 어언 3,000일이 다 되었다. 늘 그랬다. 그 시절의 온기는 낙담과 외로움을 없애 주었고, 공기는 원대한 꿈을 안겨 주었으며, 활기는 이 하루의 감사를 울려 주었다. 그 마음을 따라, 나는 오늘 김포의 문화유산 답사길에 나선다. 글 이하진(사우청소년운영위원회)
김포시청을 따라 더듬더듬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산악 코스라 해도 무리가 아닐 만큼 가파르고 험준한 경사가 이어진다. 경사가 끝날 즈음 마주한 지주형 안내판, 그리고 ‘세계문화유산 조선왕릉 김포 장릉’. 매표소에서 청소년증을 내밀고 표를 받아 QR을 찍고 입장하는 순간, 그 수고로움은 이내 잦아든다. 끝없이 펼쳐진 녹음색의 비단과 흙길, 왕릉 안에서 정숙을 유지해야 한다는 이성만이 나를 잠재운다. 추존 국왕의 신분으로서도,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도 영면(永眠)이라는 고요 속에 존숭(尊崇)받는 것이 마땅한 도리이자 이치이니, 그런 공간 앞에서 어린아이에 지나지 않는 필자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무거워졌다. 재실과 연지를 지나 단정한 금천교와 홍살문(紅箭門)을 마주하며, 자연스레 ‘왕의 길’에 들어섰음을 느낀다. 조심스레 마음을 가다듬고 죽은 자의 혼령보다 낮은 길로 걸었던 임금의 마음을 생각하며 어로를 밟는다. 비각 내 표지석을 바라보았다. 전서체로 새겨진 ‘조선국원종대왕장릉인헌왕후부좌(朝鮮國元宗大王章陵仁獻王后附左)’. 해설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며 추존 원종의 사연과 김포 장릉이 되기까지의 수난, 그리고 인조라는 한 사람의 심정까지 들을 수 있었다.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장릉은 역설적으로 능침의 봉분이 고운 자태를 뽐낸다. 비각에서는 일품이고, 정자각에서는 황홀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넘어, 권력과 외교의 불안 속 한 인간의 시간을 되짚게 하는 곳. 불완전함 속에서 완전함을 찾아가는 이 여정은 세대를 거쳐 이어진다. 유래부터 어화둥둥, 지덕(地德)이 넘쳐 ‘덕포(德浦)’라 불렸던 이곳에 조선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김포 덕포진(金浦 德浦鎭)’이 있었으니, 김포 덕포진 역사문화체험관을 지나 가지런한 나무들이 마주 보고 있는 둘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가·나·다 포대를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신기하게도 포대 지붕이 초가지붕이다. 왜인지 모르게 가슴 한켠이 뭉클해진다. 익숙하고도 정겨운 것을 만났을 때의 느꺼운 반가움이랄까. 하지만 이곳 덕포진의 초가지붕은 단순한 편의가 아닌, 다소 현실적인 군사적 위장술을 겨냥한 것이었다. 적 군함이 이 초가지붕을 멀리서 보고 민가로 착각하길 노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다 포대의 지붕은 기와인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지붕은 출토된 유물을 바탕으로 복원되어 그 까닭을 추측할 수밖에 없지만, 다 포대는 각 포대에 불씨를 공급하고 포병을 지휘하던 핵심 시설인 파수청과 가장 가깝다. 즉, 화재 위험이 크고 관리가 번거로운 초가 대신 내구성이 높고 격식 있는 기와를 사용하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아기자기하고 예쁜 포대에서 1980년, 여섯 문의 화포가 발굴되었다. 바로 1874년(고종 11년) 5월 운현궁에서 주조된 여섯 문의 화포이다. 가 포대에서는 중포 두 문, 나 포대에서는 소포 두 문과 중포 한 문, 다 포대에서는 중포 한 문이 발견되었는데, 이 중 가 포대와 다 포대에서는 대포를 올려놓는 고정식 포받침대, 즉 포가에 얹어진 상태 그대로 온전하게 발굴되었다. 소포와 중포 사용은 손돌목을 지키는 덕포진의 특성상 기동성과 명중률을 고려한 것이다. 두 번의 양요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양이 건재할 수 있었던 이유이자 오늘날 우리에게 짙은 책임감을 안겨 주는 덕포진. 옛 선조들이 스러져 가며 지켜 낸 이 땅, 이제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맡아 지켜야 할 차례가 아닐까.
답사를 떠나 보아요!
09:00 ~ 10:30
김포 장릉 숲길 산책 + 조선왕릉(원종·인헌왕후) 고즈넉한 숲길 산책 코스가 잘 조성되어 있고, 사람이 적은 아침에 가면 좋아요! 장릉로 79
10:40 ~ 11:30
김포향교 조선시대 교육기관 + 전통 건축미 김포 장릉과 가까워 동선 낭비 없이 연결 가능하고, 규모는 작지만 사진 찍기 좋아요. 북변중로25번길 38
점심식사 김포 맛집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우는 시간!
13:00 ~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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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0 ~ 17:00
문수산성 산성 트레킹 + 병인양요 역사 현장 김포 관방유적의 핵심, 전략적 요충지. 체력에 여유가 있으면 정상까지, 아니면 성곽길만 둘러보세요. 월곶면 성동리 산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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