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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래픽디자인 전문가로 책을 쓰고 강의하다 미디어아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도서관에서 우연히 한국 미술사 책을 읽게 된 게 시작이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국·중국·일본 등 동아시아 고 미술사에 푹 빠져 있거든요. 처음부터 미디어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대학원 시절 과제로 제출한 작품이 주목받으면서 이름을 조금씩 알리게 됐죠. 편병(扁甁)에 프로젝션 매핑1) 기법을 활용해 만든 작품이었는데요. 당시만 해도 공예를 미디어아트에 적용한 사례가 거의 없었고, 인문과 기술을 융합하는 것에 관심이 높았던 때라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 같아요”.
Q. 미디어아트란 정확하게 무엇인가요? “미디어아트의 범위는 워낙 광범위해서 정확하게 정의하긴 어려워요. ‘컴퓨터를 활용한 예술’로 많이들 알고 계시지만 실제 미디어아트에서 가리키는 미디어(media)는 미디엄(medium)의 복수로, 무언가를 매개로 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죠. 특정 기술이 아닌 모든 대중매체를 활용한 예술로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
Q. 동아시아 고미술을 작품의 모티브로 활용하게 된 이유. “알면 알수록 매력이 풍부한 동아시아 고미술의 아름다움을 많은 이들에게 전하고 싶었어요. 예전에 청나라 회화를 그림으로 보여줄 때는 아무 반응 없던 친구들이 같은 소재를 영상으로 작업한 작품을 보고는 너무 아름답다며 감동하더라고요. 박제된 이미지보다 움직이는 영상이 시각적인 효과가 크다는 것을 깨달았죠. 요즘도 종종 제 작품 덕분에 동아시아 고미술에 관심이 생겼고, 관련 전시를 보러 간다는 얘기를 듣는데 그때마다 소외되어 있던 고 미술사의 가치를 알린 것 같아 너무 뿌듯해요.”
Q. 작품의 영감은 어떻게 얻으시나요? “평소 책도 많이 읽지만, 작업할 때를 제외하고 시간이 날때마다 전 세계 곳곳으로 고미술 관련 전시를 보러 다녀요. 수입의 대부분을 전시를 보는 데 쏟아붓고 있죠.(웃음) 전시를 관람하고 받은 영감은 작품으로 바로 표현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계속해 다양한 작품을 통해 K-아트의 매력, 동아시아 문화의 매력을 더 알리고 싶어요.”
Q. 김포시가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으로 조성한 김포문예창고의 입주작가로 함께하고 계시는데요. 작품 활동에 도움이 되나요? “2022년에 김포시 월곶면에 개관한 김포문예창고는 농산물 창고로 사용되던 접경지역의 유휴시설을 공공예술창작소로 조성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공간이에요. 현재 저를 비롯해 사진, 페인팅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작업하고 있죠. 처음에는 나고 자란 김포에 제 이름을 더 알리고 싶어 사업에 참여했는데요. 갖춰진 별도의 개인 공간에서 작업하니 확실히 집중이 더 잘 되는 것 같아요.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Q. 오는 11월에 개관하는 김포미디어아트센터에 대한 기대평 한 마디. “센터 내에 실감형 미디어아트를 전시하는 미디어룸도 있고, 연령별 맞춤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포에 이런 문화예술 공간이 생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반가워요. 하루빨리 그곳에서 제 작품을 걸고 전시하고 싶네요. 아울러, 하나 더 바람이 있다면 김포에 전문적인 전시가 가능한 미술관이나 박물관도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Q. 작가님의 다음 작품은 무엇일지 너무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몇 해 전부터 죽음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한국의 장례문화를 주제로 하는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우리의 상여문화에는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가는 그 단계를 아름답게 여기고 기쁘게 보내주는 축제의 성격이 강했다고 해요. 꼭두에 숨겨진 의미도 다양하고요. 잘 알려지지 않은 우리 장례문화를 작품으로 꼭 전하고 싶습니다. ”
1) 프로젝션 매핑 : Projection Mapping·건물이나 물체 표면에 영상을 투시하여 실제로 존재하는 것 같은 가상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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