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쌀로 만든 좋은 술 청록파 시인 박목월은 <나그네>라는 시에서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이라 노래했다. 어떤 시인은 이 문장을 두고 서정의 극치라 말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술이 익어가는 풍경이라 하면 어쩐지 서정적이고 따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김포에도 이처럼 술이 익어가는 곳이 있다. 바로 2020년 사업을 시작한 팔팔양조장이다. 사명이 팔팔양조장인 이유에는 정덕영 대표가 88년생인 것도 있지만, 쌀 한 톨이 밥상에 오르기까지 농부의 손길을 88번 거쳐야 한다는 옛말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쌀 미(米)자는 여덟 팔(八)이 합쳐진 글자이기도 하다. “원래 양조장 스타트업에서 엔지니어로 일을 해왔어요. 양조장을 짓는 것부터 술의 제조 및 생산 등을 해오다가 2020년 4월 독립해 새롭게 시작했습니다. 전국의 모든 쌀로 막걸리를 만들어 테스트를 해봤는데 김포 금쌀이 제일 맛이 좋았습니다.” 다른 지역의 쌀과 달리 김포 금쌀은 단일 품종으로 도정이 되어 품질이 균일했고, 단백질 함량이 낮아 가장 맛이 좋았다고 한다. 그는 물보다 쌀을 더 많이 넣어 막걸리를 만들었고, 쌀 함량이 높으니 쌀맛이 술맛을 좌우했다. 결국 좋은 술을 만들기에 김포 금쌀이 최고라고 생각한 그는 직원들과 함께 김포로 거처를 옮겼다. 가장 좋은 쌀로 가장 좋은 술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끊임없는 연구 끝에 얻은 결실 2021년 첫 출시한 팔팔막걸리가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물보다 쌀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에 맛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막걸리를 가만히 두고 밑으로 가라앉은 원액의 양을 확인해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정덕영 대표는 팔팔막걸리의 안주로 밥 반찬을 꼽는다. “쌀 함량이 높다 보니 일상적으로 식사할 때 드시는 반찬들이 안주로 꽤 잘 어울립니다. 반면에 재미있는 건 멕시코 음식인 타코도 잘 어울린다는 거예요.” 젊은 피로 똘똘 뭉친 만큼 팔팔양조장은 신제품 개발에 대한 열정도 뜨겁다. 끊임없이 좋은 술을 연구·개발하고 있고, 팔팔막걸리 출시 후에도 여러 제품을 출시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하드포션이다. 팔팔먹걸리를 만들 때 들어가는 원액인데, 쌀이 가진 본연의 맛과 향을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다. 도수가 14.3도로 다소 높아 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온더락으로 많이 즐겨 마신다고 한다. 바로 이 하드포션이 ‘2023 대한민국 주류대상’에서 탁주·생막걸리 전통주류·부문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1,004개 브랜드가 참여한 역대 최대 규모의 시상식에서 얻은 큰 결실이었다
팔팔한 청춘, 더 큰 꿈을 꾸다 “팔팔양조장의 경영 철학이 ‘가장 좋은 원료를 써서 최대한 저렴하게 만들자’입니다. 특등급 금쌀로 막걸리를 만들고 있지만, 무감미료 막걸리 중에서도 제일 저렴한 편에 속해요. 생산 과정의 과학화·기계화로 인건비를 최소화했기에 해낼 수 있었습니다.” 팔팔막걸리는 그동안 우리나라 술의 근본이 되는 탁주를 꾸준히 연구해왔으니 이제 한 발 나아가서 다른 술을 출시해볼 예정이다. 특히 생막걸리는 수출이 쉽지 않기 때문에 좋은 쌀로 만든 탁주를 증류해 소주를 만들어 장기적으로는 수출까지 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해나갈 예정이다. 아울러 2024년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마케팅’이라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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