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언덕동네 살던 부부 내 발 옆에 수로가 흐르고, 그 물길 위에 야경이 잔잔하게 반짝이고, 사람들의 미소는 여유로웠다. 서울 가까이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었다. 김충식(44)·황운선(40) 부부가 김포를 처음 알게된 건 지난 2017년 여름이다. 서울 염창동에 살던부부는 지인을 만나러 김포에 왔다가 우연히 금빛수로 라베니체를 걸었다. 평지에 길게 이어진 물길과 산책길, 곳곳에 트여 있는 녹음의 잔디밭은 ‘주거’라는 것에 대한 이들의 가치관에 변화를 일으켰다. 이날 바로 운선씨는 남편에게 물었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부부와 세 자녀는 이듬해 2월 김포로 이사했다. 두 달 전 태어난 막내딸이 이사를 결심한 결정적 이유가 됐다. 서울에서 첫째와 둘째를 키울 때는 언덕배기에 집이 있었다. 언덕을 조금만 내려가면 6차선 대로가 나왔다. 어느 골목을 가도 차량과 사람이 북적였다. 주차는 전쟁이었고, 자전거는커녕 유모차 끌기도 버거운 환경이었다. 부부는 서울에 살면서 오랜 기간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직업적 특성상 야행이 거듭돼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무엇보다 셋째만큼은 그렇게 키우고 싶지가 않았다. 첫째와 둘째에게도 조금이라 도 어릴 때 마음껏 뛰놀게 해주고 싶었다.
탁 트인 녹음 접하고 가치관 변화 김포로 이사 와 몸도 마음도 안정 부부가 처음 정착한 동네는 라베니체와 가까운 장기동이었다. 운선씨는 “이사 와서 한적하고 조용하다 는 느낌을 확 받았다”며 “정서적으로 안정이 됐다”고 회상했다. 막내딸은 김포에서 100일을 맞았다. 이들 가족은 틈나는 대로 문수산과 철새도래지 등 을 찾아다니며 김포를 알아갔다. 특별히 애착이 갔던 장소가 있는지 묻자 충식씨는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김포한강야생조류생태공원을, 운선 씨는 가족의 소중함을 체감할 수 있는 걸포중앙공원을 꼽았다. 부부는 학원 운영을 접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면서 시간적 여유가 많아졌다. 그사이 집은 걸포동으로 옮겼다. 막내딸은 벌써 여섯 살이 돼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다니고 있다. 국공립유치원에 아이를 보낸다는 건 서울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었다. 운선씨는 “국공립유치원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서울보다는 확실히 넓었다”며 “이런 여건이 확충된다 면 우리처럼 이사 오고 싶어 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것 같다”고 말했다. 충식씨는 지역화폐 김포페이가 여러모로 좋았다고했다. 코로나 시국의 한시적인 10% 할인은 이제끝났지만 여전히 가계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충식씨는 “아이들 교육비와 가족 의료비에 사용할 수있어서 ‘생활 속 복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만족해했다.
“대중교통 지금보다 개선됐으면” 부부는 김포의 숨은 홍보대사가 됐다. 부부가 김포에 오고 몇 년 후, 서울에 살던 충식씨의 여동생 가족과 인천에 살던 운선씨의 친정엄마까지 김포에정착했다. 김포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충식·운선씨의 세 자녀는 김포가 사실상의 고향이 됐다. 부부는 “서울을 오가는 교통편이 불편해서 주로 승용차를 이용하게 되는데 전철이든 버스든 대중교통이 지금보다 개선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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